
여행 2일차 아침이 밝았다.
오늘은 나고야 시내를 벗어나 외곽으로 달리는 날이다.
다행히 일본인 친구가 선뜻 동행을 제안해 줬고,
고맙게도 아침 일찍 숙소 앞으로 차를 가지고 데리러 와주었다.
현지인 친구의 에스코트로 시작하는 드라이브라니.



시라카와고로 향하기 전, 배부터 채우기로 했다.
친구가 데려가 준 아기자기한 브런치 카페. (지금은 아쉽게도 폐업했다고...)
간단히 배를 채우고. 근처에 기가 막힌 고로케 집이 있다길래
든든하게 고로케까지 해치우고 나서야
우리는 시라카와고행 고속도로에 몸을 실었다.



1시간 반정도 달렸을까 드디어 도착한 시라카와고.
이곳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으로,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 특성에 맞게 지붕을 급경사로 만든 '갓쇼즈쿠리' 양식의 전통 가옥들이 모여 있는 마을이다.
실제로 보면 정말 동화 속 마을에 들어온 기분이 든다.
(눈 내리는 계절에 꼭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짐.)



우리가 간 날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오히려 그 덕분에 마을이 더 고즈넉하고 운치 있게 느껴졌다.



그런데... 여기서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마을 전체가 내려다보이는 산 위 포토스팟을 향해 걷기 시작했는데,
어째 길이 좀 이상했다.
사람도 하나 없고 차만 간간히 다니길래 "이 길이 맞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우리는 사람 다니는 길이 아닌 차도로 올라가고 있었던 것...
정상에 도착해 보니 편하고 쉬운 길이 따로 있었다.
친구랑 "어쩐지 이상하더라!" 하며 한참을 웃었다.
역시 여행은 몸이 좀 고생해야 기억에 오래 남는 법이다.



시라카와고를 뒤로하고 나고야로 돌아가는 길,
그냥 가기 아쉬워 다카야마에 들렀다.
'작은 교토'라 불리는 다카야마는
에도 시대의 전통적인 거리 풍경이 잘 보존된 곳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어둑어둑해질 때쯤 도착해 상점들은 대부분 문을 닫았지만,
은은한 조명이 켜진 전통 가옥 거리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조용한 골목을 친구와 단둘이 걷는 것만으로도 힐링 그 자체였다.


이제 나고야로 돌아가기 전,
친구가 사는 기후(Gifu)에 잠시 들렀다.
지나던 길에 산 위에서 퍼렇게 빛나고 있는 기후성을 발견했고,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정상을 향해 차를 몰았다.
그런데 길을 잘못 들었는지 조명도 없고 사람 한 명 없어 정말 으스스했다.
퍼런 불빛과 적막한 분위기에 압도당해, 친구는 내려오는 내내 "으아아!" 소리를 지르며 허겁지겁 운전했다.
대체 그 밤에 거길 왜 올라간 걸까? ㅋㅋ 지금 생각해도 황당하지만,
친구와 공유할 수 있는 최고의 웃음 벨이 되었다.
친구는 나를 무사히 사카에 숙소까지 데려다주었고,
그렇게 2일차도 마무리되었다. 멋진 풍경부터 엉뚱한 고생까지,
혼자였다면 절대 겪지 못했을 소중하고 재밌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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